‘지금까지 검증된 방식으로 동료를 찾는 것이 과연 우리 팀에 어울리는 방식일까?’ 이런 고민을 하는 조직이 있다. AI기술로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카카오브레인. 카카오 자회사 중 막내 회사답게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함께 일할 동료를 찾기 위해 새롭고 남다른 인재 채용 방식을 시도했다. 8주간 파격적인 복지와 혜택은 물론, 애자일한 방식을 배우며 진짜 서비스를 런칭해보는 경험을 함께 하는 새로운 채용 프로그램 '패스파인더'. 이런 시도를 통해 카카오브레인이 찾고 싶었던 동료는 누구였을까? 이들이 말하는 스펙보다 중요한 '이것'은 무엇이었을까? 패스파인더를 기획한 PO 해봄, 패스파인더 1기 합격자 코튼과 카카오 사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 | 이혜민
#카카오브레인이 일하는 방식
카카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카카오브레인은 아직까지 대중과 직접적인 접점이 많지 않아서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해봄 카카오브레인은 기존의 카카오 공동체들과 같은 카카오 자회사중의 하나예요.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에 집중해서, AI로 인류가 직면 한 문제들이나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을 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단순히 기업의 영리보다는 AI가 어떤 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신약 개발이라든지, 질병 같은 것을 빠르게 캐치한다든지, 학습 효율을 높인다든지. 우리의 삶에 밀접한 부분에서 인간이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을 인공지능을 해결하는 거죠. 카카오에서 다루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좀 더 학술적으로, 서비스적으로 탐구하는 조직이라고 봐주시는 될 것 같습니다.
거기서 두 분은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코튼 저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인데요. 정확하게 말하면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예요. 웹에 서비스를 만들 때 보여지는 화면들이 있잖아요. 사용자가 처음에 보는 그런 화면들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봄 저는 프로덕트 오너를 맡고 있어요. 이름 그대로 프로덕트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그 프로덕트를 끌고가는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그 제품을 우리가 왜 만들어야 되고, 우리의 목표는 뭐고,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팀빌딩도 하고요. 그리고 그 제품을 실제로 출시까지 이끄는 거죠. 그 제품에 있어서는 확실한 오너십을 가지고 무언가의 결정을 내리는 그런 직군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요즘사가 베러노멀 프로젝트로 이번 달에 하고 있는 이야기가 '더 나은 팀을 만드는 방법'이거든요. 카카오브레인에서 이번에 새로운 방법으로 인재 영입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코튼 님도 이번에 그 프로그램으로 합류하게 되신 거고요.
코튼 네 맞아요.
오늘 그 이야기를 하게 될 텐데요. 어떤 것이 동료를 찾는 게 더 나은 방식이고 더 나은 팀이 되는 방인지에 대해 두 분에게 들어보고 싶어요. 우선, 카카오브레인은 일하는 문화도 좀 남다르다고 들었어요.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나요?
해봄 카카오 전체 공동체의 조직문화의 경우는 이미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어진 적이 있을 거예요.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 자회사 중에 막내회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좀 더 문화를 강하게 가지고 있어요. 가장 자랑할 만한 문화는 ‘최소한의 원칙과 최대한의 자율’이라는 것인데요. 저희는 일할 때 구성원들을 100% 신뢰하고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대표적인 예로 법인카드를 사용할 때에도 한도나 그런 면이 있어서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이 혜택을 드리고 있거든요. 직급에 따라서도 딱히 차별을 두지 않고요. 무엇보다 내가 이 회사를 위해서 돈을 어디다 썼고, 그걸 증빙할 수만 있으면 어떤 것을 하든 문제를 삼지 않습니다. 이런 것처럼 몇 가지 원칙들이 있고, 그 원칙들만 지킨다면 무엇이든 허용되는 거죠.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인데요. 이게 단순히 반말을 쓴다거나, 영어 닉네임을 쓴다는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니고요. 정보의 불균형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죠. 정보의 수평을 맞춰서 발언권이라든지 의사결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거죠. 보통은 일반적인 회사는 직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직급이 낮을수록 적은 정보를 알고 있다 보니 정보에 의한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상대적으로 저희는 그런 게 훨씬 적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것을 팀미팅이나 미니 컨퍼런스로 의도적으로 계속 공유하게끔 만드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고요. 자신이 관심만 있다면 회사의 모든 정보를 볼 수도 있고, 어떤 것에도 닿을 수 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소개할 만한 문화는 ‘노마드’인데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구성원에 대한 신뢰도에서 만들어진 문화예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많은 회사들에서 반강제로 노마드워크를 하고 있긴 한데, 점심시간마다 혹은 외근 시간마다 보고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 노마드지만 사실 노마드가 아닌 거죠. 카카오브레인은 구성원을 신뢰하기 때문에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노마드워크도 거의 100% 자율로 하고 있어요. 목표치를 얼만큼 달성했는지에만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동료를 찾는 새로운 방법
이렇게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브레인이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인재를 찾는 방식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네요.
해봄 저희가 이번에 시도한 방식은 '패스파인더'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취업연계형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이었어요. AI서비스 개발자와 AI PM을 찾고 싶어서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좀 고민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검증된 방법들이 되게 많이 있었거든요. 대표적으로 공개 채용 방식이 있고, 인턴십, 해커톤, 공모전 같은 방식들이 있을텐데요. 이것이 과연 우리한테 맞는 방식인가, 더 좋은 팀을 만드는 방법인가? 더 좋은 사람을 찾는 방법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있었어요. 해커톤 같은 경우 아무리 길어도 한 3박 4일정도로 끝나잖아요. 그러다 보니 결국 작동하는 것,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 같은 것에 집중을 하게 되거든요. 이런 방식은 저희가 원하는 동료를 찾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두 번째로 공모전 같은 경우에는 특성상 결과만 보게 되잖아요. 실제로 이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협업을 했는지는 알기 힘든 거예요. 공모전도 방향이 아닌 것 같았죠.
우리와 같이 일할 주니어를 뽑는 건데 그러면 주니어에 맞는 일들을 줘보면서 직접 같이 일을 해보자 싶었어요. 그런 고민 끝에 저희가 택한 방법이 바로 패스파인더였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카카오브레인의 문화 자체가 자율에 많은 것을 맡기고 몰입을 시키는 게 포인트이다 보니, 노마드, 성장, 몰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구성했고요. 단순히 부트캠프나 교육 시스템처럼 강의를 듣고 뭘 하는 식이 아니라 처음에 제품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부터 기획하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고 매주 스프린트를 경험하면서 회고하고 고쳐나가고. 실제 시장에 올려 보고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들어보고, 그걸 또 고쳐서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고. 이런 과정을 8주간 반복하면서 같이 일할 동료를 성장도 시키고 채용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패스파인더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을 찾고 싶으셨나요?
해봄 이름 그대로예요. 저희가 찾는 사람이 바로 '패스파인더'였어요. 패스파인더를 검색해보면 ‘개척자’, ‘길을 찾는 사람’이라고 나오거든요. <스타트렉>이라는 되게 오래된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 드라마에서 ‘패스파인더호’라는 게 나와요. 실제로 등장한 적은 없지만 언급만 되는 과학 탐사선이에요. 남들이 안 가본 곳을 먼저 가보고, ‘저쪽 행성은 개발할 만한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저쪽에는 생명체들이 있어’ 이런 것들을 가장 먼저 가서 알려주고, 나중에 후속으로 오는 함대들이 그것을 참고해서 갈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저희가 원하는 인재가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사실 제일 쉬운 건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청소할 때도 ‘여기 얼룩을 지워’라고 하면 너무 쉽잖아요. 보이는 걸 지우면 되니까. 그런데 ‘여기를 깨끗하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야’ 라고 정했을 때 그 사람이 그걸 명확하게 인지하고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될지를 생각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르거든요. 단순히 청소로 비유했지만 개발도, AI도 마찬가지로 생각했고요. 저희가 찾는 인재상에 바로 그런 인재상이었어요.
코튼 님도 패스파인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셨던 거잖아요. 지원자 3,000명 중의 한 명이셨을 텐데, 어떤 기대와 마음으로 지원을 하게 되셨어요?
코튼 인공지능 회사에서 인턴십을 뽑고, 심지어 함께 AI 서비스를 개발을 해본다는 공고는 처음 봤거든요. 평소에도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고요. 또 저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프로젝트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여기에서 뽑힌 사람들이랑 서비스 기획부터 출시까지 함께 한다고 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같이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8주간 AI프로덕트를 함께 만드는 여정
이걸 통해서 채용이 안 될 수도 있고 될 수도 있지만 이 과정 자체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는 거군요. 그렇게 뽑힌 서른 한 명이 함께 8주간 AI 기술을 가지고 프로덕트를 만드는 여정이었던 패스파인더, 실제로는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해요.
해봄 처음 3일간의 온보딩 기간만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그 이후로는 노마드워크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저희는 주관있고 자기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온보딩 기간에 조를 직접 짜도록 했어요. 자기 PR을 많이 하게 했죠. 자기가 일할 때 어떤 걸 좋아하고, 일할 때 어떤 걸 꺼리며, 어떤 업무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경험이 있다고 자기 스스로를 홍보하게 한 거죠.
그렇게 했더니 어떤 사람들은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먼저 하는 분도 있었고, 또 어떤 분은 스스로 마이크를 잡고 ‘자기는 뭘 만들고 싶은데 어떤 어떤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취지에 맞는 사람들을 잘 모아 놨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죠.
코튼 님이 경험자이시잖아요. 어떤 식으로 어필하셨어요?
코튼 정말 그렇게 마이크를 잡고 PR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저는 사실 성격이 많이 내성적이어서 속으로는 ‘나도 저렇게 해야 되는데’ ‘난 왜 이렇게 용기가 없지?’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초조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또 다른 방법이 있었거든요. ‘디스코드’라는 소통할 수 서비스를 통해서 DM을 보내는 거죠. ‘이런 기술 스택을 갖고 계시던데, 저 같이 팀하고 싶어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라고 개인 메세지를 보내고 다음 날 오프라인으로 만났을 때 좀 더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방식으로 저는 팀원들을 모았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전략일 수 있겠네요. 팀을 직접 꾸리는 것도 그렇고, 프로덕트 주제도 참가자가 직접 선정하게 했잖아요. 어떤 주제들이 나왔나요?
해봄 카카오브레인의 캐치프레이즈가 Unthinkable Question인데요. 말그대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지 못한 물음을 찾는 것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패스파인더에서도 각 팀들이 떠올린 Unthinkable Question들이 주제가 됐어요. 이를테면 “AI가 자기소개서를 써줄 수 있을까?” “언어에 상관없이 웹툰을 볼 수 있을까?” “내 목소리로 더빙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일상에 맞닿아있는 주제들이 나왔었죠.
코튼 님 팀에서는 어떤 질문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나요?
코튼 저희는 “AI가 우울증 불안장애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Unthinkable Question으로 주제를 선정했고요. 사실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가 현대사회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 건강 관련해서 허들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시간 부족이나 재정적인 어려움, 사회적인 시선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데 주 목적이 있었고, 간편하게 스스로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주제를 선정하게 됐습니다.
그 서비스를 실제로 출시까지 했다는 거죠? 얘기를 듣다보니 한번 써보고 싶네요.
코튼 네 맞아요.
해봄 실제로 출시까지 했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앱스토어에서는 내린 상태라 사용하기는 어려워요.
#카카오브레인의 협업 방식을 경험하다
마치 진짜 회사의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아서 팀원들도 만들어지고 8주간 조직을 압축적으로 경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그 과정 중에서 어떤 식으로 협업을 했는지도 궁금하네요. 특히 해커톤처럼 한 공간에 모아두지 않고, 각 팀들이 노마드워크로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게끔 했다는데, 실제로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건가요?
해봄 그 방법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전부 스스로 정한 주제거든요. 저희 패스파인더에 참여해주신 참여자분들이 다들 자기가 만들고 싶다고 한 서비스이고, 그것을 직접 만들다 보니까 자기 자식 보듯이 되게 몰입해서 하시더라고요. 많은 대표님들이나 리더 분들이 걱정하시는 게 재택근무를 하면 제대로 할까, 놀지 않을까 뭐 이런 것에 대해서 흔히 고민을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오히려 다들 너무 열심히 해서 놀랐어요. 저희는 근무시간을 지키라고 권고를 했는데도 자발적으로 밤을 새서 하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러면 패스파인더 운영진들은 어떤 지원을 해줬나요?
해봄 딱히 저희가 뭘 더 해드리진 않았고, 정확히 말하면 카카오브레인 크루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누리게 해드렸고 그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집에서 일하는 게 집중 안 될 때 판교 오피스까지 오기에는 너무 먼 경우, 근처에 있는 ‘집무실’이라든지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간에서 근무할 수 있게 제공해 드렸고요. 노트북 같은 업무 장비 제공은 물론, 명절 상여금도 드렸고요. 또 저희가 기본적으로 야근이 아니라 업무 목적이라면 무조건 택시비 지원을 해줘요. 이런 식으로 월급 외에도 이렇게까지 해 주는 인턴십이 없었다고 참가자 분들도 만족을 많이 하셨어요.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이번 요즘사 주제 자체가 ‘더 나은 팀을 만드는 방법’이잖아요. 사실 더 나은 팀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이 그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거든요. 다른 것들을 모두 최고의 조건으로 만들거나 아예 배제시켜 버리면 그 사람은 일밖에 생각할 게 없어요. 되게 애매한 것들로 자꾸 신경 쓰게 만들면 그게 결국 일에 방해가 되니까요. 저희는 그런 측면에 있어서는 확실히 덜 신경쓰게끔 해드렸다고 자평 했는데요. 참가자의 이야기를 또 들어봐야죠.(웃음)
실제로 참가자였던 코튼님은 이런 구조 안에서 어떻게 일하셨나요?
코튼 저희 팀같은 경우는 노마드워크를 가장 잘 활용한 팀이었어요. 아예 오프라인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았거든요. 사실 이건 사정이 좀 있었는데, 구성원 중 한 분이 대구에 계신 분이었거든요. 그 분만 빼고 세 명만 만날 수는 없으니까 그냥 다 온라인으로만 만나기로 한 거죠. 사실 재택근무라고 하면 보통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 저희는 유난히 더 소통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디스코드랑 구글미트 화상 회의를 활용하고 최대한 코어 타임을 지정해서 그 시간 동안은 즉각적인 소통이 되도록 항상 함께하자. 이런 식으로 좀 더 신경을 기울였기 때문에 온라인 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지 않았나 싶어요.
자율적으로 하는 게 좋긴 하지만 약간 어렵게 느끼기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진짜 이렇게까지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진짜 맘대로 해도 되나?’ 이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 어떤 지시나 규율에 의해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있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코칭도 필요했을 것 같고요.
해봄 애자일로 일하는 방식이 어떤 거고 어떤 프로세스로 돌아가는지를 참여하시는 분들한테 알려드릴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스프린트 제로’라고 해서 스프린트라는 개념이 어떻게 돌아간다 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데 좀 더 초점을 뒀어요. 초기에 스크럼을 하고 어떻게 회의를 하고, 끝나고 나서 어떻게 리뷰를 하고 어떻게 문서 작업를 하고 일을 어떻게 나누고 정리하는지 등등에 대한 업무 온보딩을 했고요. 그 과정에서 애자일 코치분들이 수고를 많이 해주셨어요.
애자일 코치는 어떤 걸 하시는 분들인가요?
해봄 말 그대로 애자일하게 일하는 방식을 코칭해주시는 분들이에요. 사실 해외에는 애자일 코치라는 직군이 별도로 있고요. 지금 저희 카카오브레인에서 하는 모든 프로젝트도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애자일 코치가 같이 참여 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일에 집중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도움을 주시고 계세요. 패스파인더는 전 과정에서 애자일 코치가 참여를 했죠.
애자일에서 가장 중요하는 게 ‘회고와 개선’인데 그것의 밀도를 높이는데 집중를 했어요. 하나의 스프린트 끝나면 꼭 회고를 해보게 했거든요. 결국에는 필드에서 골을 넣어야 되는 거는 축구 선수거든요. 손흥민 같은 선수들이 골을 넣는 거지, 코치가 ‘지금 넣어!’ 한다고 넣는 건 아니거든요. 본인이 결국 판단하는 건데, 코치들이나 제가 맡았던 역할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판단력을 심어주는 역할에 가까웠어요. 이 친구들이 정답에 찾아갈 수 있게 길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것을 최대한 지향했습니다.
패스파인더 참여했던 분들이 대부분은 그전에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일해봤었던 경험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이 과정을 압축적으로 겪어보면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고, 거기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코튼 저 같은 경우에는 스프린트 단위의 애자일 방식으로 해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여기서 좀 어려웠던 부분은 ‘일주일간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지?’ ‘일주일 동안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같은 거였어요. 초반에는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 애자일 코치 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내가 이만큼 할 수 있을거라고 확신하고 정할 필요는 없다, 일단 최대한 일을 잘게 쪼개서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스프린트가 진행될 수록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양을 가늠한 다음 설정하면 된다고요. 그리고 해봄이 말씀해주신 대로 회고 시간이 꼭 있었는데, 그때는 서로 ‘아쉬웠던 점, 고마웠던 점, 배운 점, 좋았던 점’ 이렇게 네 가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이게 서로 팀워크를 좀 더 향상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이런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매주 개선을 했고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됐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성장감을 만드는 팀워크
처음에 패스파인더의 세 가지 키워드를 말씀을 해주셨는데, 노마드와 몰입 그리고 마지막 키워드가 성장이었잖아요. 실제로 요즘에 MZ세대가 회사를 선택할 때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하더라고요. 노마드나 몰입은 직접적으로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정말 성장했는가에 대한 것은 어떤 식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하시나요?
해봄 성장을 느끼게 해주는 게 저는 아까 말했던 스프린트 회고 시스템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옆에서 누가 ‘너 성장했어’라고 한다고 해서 자기가 성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절대로 아니죠. 코튼이 잘 설명해줬지만, 팀별로 회고를 할 때 고마웠던 점 등등 네 가지를 남기는데요. 그 네 가지를 남기면서 ‘지난 번에는 이런 부분을 아쉽다고 했는데 이제는 없어졌네?’ ‘이번에는 고마운 걸로 바뀌었네?’ 같은 걸 보면서 성장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게 참여자분들이 성장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서 넣어둔 장치였고요.
그리고 성장이라고 하면 흔히 앱 다운로드 수나 조회수 것들을 떠올리는데, 저는 오히려 그건 노이즈라고 생각을 했어요. 안 되는 게 당연한 건데, 그러면 안 되는 과정 속에서 내가 뭘 얻었지? 그리고 내가 어떤 것들을 인정 받았지? 그걸 보는 게 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최소한 저희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은 그것을 다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코튼님은 패스파인더에 참여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내가 좀 성장했다’라고 느끼셨나요?
코튼 패스파인더가 서비스 기획부터 배포 출시 그리고 사용자 경험 개선까지 포함돼 있는 과정이었잖아요. 기획 파트에서는 해봄의 조언도 많이 들었지만, 어떤 서비스가 사용자들이 필요로 할까 하는 고민들을 사실 저는 이번에 처음 해봤어요. 그래서 기획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것 같고요. 기술적으로도 이번에 새로운 도전 같은 걸 많이 해었거든요. 그런 것들도 되게 크게 배움으로 왔던 것 같고요. 그리고 출시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출시를 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서 그걸 개선하는 그런 경험을 통해서,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이런 디자인과 UI라면 사용자들이 편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구나,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라는 같은 생각들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다른 직무에 대해서도 시야가 넓어진 거죠. 그런 부분들에서 좀 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패스파인더 과정을 통해서 더 나은 동료를 찾고, 더 나은 팀이 되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두 분은 더 나은 팀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협업하는 게 좋은 팀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코튼 저는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소통은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되, 서로 잘한 것은 칭찬해주고 어려운 부분을 겪고 있으면 함께 공유해서 해결하는 것이에요. 저는 이 부분이 같이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봄 저는 더 나은 팀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 같아요. 대부분은 자기가 한 말을 까먹거든요. 명문화해서 남겨놓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그런 말을 했나 싶으면서 불신의 시작이 되고, 그게 바로 팀이 무너지는 것의 시작이 되죠. 그런데 누군가 이걸 글로 계속 남기고 있다면 그런 오해가 없겠죠. 그것처럼, 그게 코드가 됐든 기획서가 됐든, 디자인적인 작업물이 됐든 꾸준히 자기 족적 남겨 놓으면 그게 바로 좋은 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패스파인더는 개척자잖아요. 결국엔 발자국이 남을 것이거든요. 발자국이 남는다는 것의 의미는 나중에 누군가에게 그게 길로서, 말 그대로 ‘패스’로서 보이게 해준다는 거예요. 닐 암스트롱이 달 위에 발자국을 찍을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전의 아폴로 호들이 다 기록을 남겨놨기 때문이거든요. 한 호 한 호가 어떻게 기획이 돼서 어떤 방식으로 발사가 됐고, 이 방식에는 어떤 단점이 있었다 같은 기록들이 쌓여서 결국에는 그 목적을 일궈낸 것이거든요. 저는 이 기록이라는 것이 결국 목표지향적인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이 나중에 가서는 ‘우리가 이런 길을 걸어왔구나’라는 걸 알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설령 그 회사가 망하더라도 기록이 남아 있다면 전설이 될 수 있죠.
패스파인더라는 새로운 좀 더 나은 방식으로 동료를 찾는 시도, 카카오브레인에서도 처음 해본 거잖아요. 이 경험이 앞으로 카카오브레인이 인재를 찾는 방식에 있어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 궁금해요.
해봄 앞서 말한 것처럼 저희는 패스파인더라는 좋은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을 하고요. 이후에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 확답을 드리긴 어려워요. 근데 저희는 꾸준히 패스파인더와 닮은 동료를 찾고 있는 건 맞아요. 카카오브레인의 채용 페이지에 와 보시면 지금도 포지션이 60~70개가 열려 있습니다. 많이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고 이 여정에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막 부스팅이 되고 있는 이런 기술 분야는 초기 홀더들이 중요하거든요. 초창기에 이 분야에서 누가 버티고 서 있었고 얼마나 몰입해서 일을 하는가가 되게 중요해요. 그런 경험을 함께 하고 싶은 분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하신다면 절대 후회는 안 하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콘텐츠는 카카오브레인으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해봄&코튼이 추천하는 더 나은 팀이 되는 도구들
interviewee 카카오브레인 해봄 & 코튼
해봄 카카오브레인 패스파인더를 기획하고 코디네이터 역할로 함께 했다. 유통, 게임, 금융 분야를 거쳐 인공지능이라는 분야에서 10년째 밥벌이를 하고 있다. 마케팅, 사업기획, PM 등을 하다 보니 Product Owner라는 잡부가 되었다. 직장인이자, 노마드이자, 프리랜서. ‘해봄'이라는 닉네임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간다. haebom.dev
코튼 패스파인더 1기를 통해 카카오브레인에 프론트엔드 포지션으로 합류했다. 좋아하는 일은 종일 해도 지치지 않는 사람이라, 개발이 취미이자 업이 되었다. 다수의 팀 프로젝트와 국내 IT 기업들의 인턴 경험을 통해, 기술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좋은 협업에 대해 배웠다.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interviewer 혜민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스토리파인더'라는 직종을 스스로 붙여주었다. 직장인으로 6년, 프리워커로 6년째 살고 있다. 서른이 되던 해 결혼식 대신 짝꿍과 산티아고 순례길 900km를 42일간 함께 걷고 돌아와 부부이자 동료가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900KM를 꾸리고 책과 영상을 넘나들며 새로운 선택지를 탐구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며 동명의 인터뷰집을 펴내는 에디터이자 작가.
𝘽𝙀𝙏𝙏𝙀𝙍 𝙉𝙊𝙍𝙈𝘼𝙇 시리즈는 뉴노멀보다 더 나은 일과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 매주 새로운 인터뷰로 찾아옵니다.
*본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900KM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저작권법 보호조치에 따라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