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는 누구나 무업 상태, 즉 백수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 무업 기간을 혼자 보내야할 때 우리는 고립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니트생활자는 무업 상태의 사람들만 입사할 수 있는 가상의 회사 '니트컴퍼니'를 만들었다. 이들도 6번 이상의 퇴사와 이직을 경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백수들이 모여 비생산적인 시간을 함께 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 지지하고 공감해주며 연결되는 커뮤니티. 학교와 회사 바깥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불안감을 벗어나, 새로운 소속감 안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니트생활자의 쿵짝과 다지를 만났다.

글 | 이혜민


#커뮤니티 크루와 커뮤니티 만들기

이번 달 요즘사는 '작지만 새로운 연결'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 이야기를 하는데 니트생활자의 이야기가 꼭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두 분을 초대를 드렸어요. 우선 니트생활자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부터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다지 니트생활자는 무업기간에 겪을 수 있는 단절감이라든지 새로운 걸 시도해보기 어려운 것들을 모여서 함께 해보자 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커뮤니티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 단체이고요. 현재는 하고 있는 대표적인 활동은 니트컴퍼니라고 하는 백수만 출근 가능한 청년들의 가상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니트컴퍼니가 가상의 회사라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건가요?

쿵짝 진짜 회사처럼 운영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는데요.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오픈채팅방에 모두가 출근 인사를 하고요. 밴드에 자기 업무를 인증하고 퇴근을 하는 루틴으로 5일을 보내요.

그 사람들이 사실은 무업 상태인데, 니트컴퍼니로 출근을 하는 거네요. 업무라는 게 뭔지 궁금해요. 거기서 어떤 일들을 하는 건가요?

쿵짝 본인들이 원하는 업무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양치하기 이불개기 같은 일상 업무 하시는 분들이 있고, 취업 준비를 위해 자격증 공부나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요. 그림 그리기, 산책하기 같은 활동 업무를 하고 있어요. 

매일의 루틴에 업무라고 이름을 붙여서 오늘의 테스크들을 함께 해나가는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수별로 진행을 하는 건가요?

다지 3~4개월 정도 단위로 모집을 하고 있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게 11번째 기수를 운영을 하고 있어요. 끝날 때는 우리만의 세레모니도 하고요.

그러면 지금까지 무업 상태인 분들이 몇 명 정도 지금 거쳐간 거예요?

다지 이번 기수까지 합치면 80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럼 한 기수당 약 100명 정도 단위로 채용을 해요. 대기업이에요.(웃음)

그러네요 정말. 이 정도면 대기업인데요?

다지 맞아요. 대기업이 목전에 있어요.(웃음) 

쿵짝 정기적으로는 온라인에서 줌 같은 툴을 통해서 재택근무를 같이 하고요. 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오프라인 활동은 기획해서 같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보고 있어요. 나무를 심으러 가기도 하고 등산 간다든지 일상에 활력을 얻을 수 있게끔 만드는 그런 활동들 함께하고 있어요.

니트컴퍼니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입사 방법이 색다르다고 들었는데.

다지 일단 손이 빨라야 돼요. 모집(마감)이 빨리 되기 때문에. 110%까지 신청을 받아요.

선착순으로 일단 하는 거군요? 그 다음은요?

쿵짝 그 다음에는 저희 나름의 절차들이 있어요. 입사지원서를 일단 제출해야 되고요. 니트컴퍼니에서는 무업기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경력이어서.(웃음) 경력을 포함해 입사지원 동기를 간략하게 쓰면 지원서가 제출이 되고요. 그 다음에 '거꾸로 면접'을 봐요. 면접자들이 면접관이 되어서 운영진들한테 거꾸로 질문을 하는 방식의 면접 절차를 거쳐요.

거꾸로 면접이라니 재밌네요. 그럼 두 분은 매번 면접을 보시겠네요? 면접에서 어떤 질문들이 주로 나오나요?

쿵짝 네 맞아요.(웃음) 질문은 아주 다양한데요. 이 회사의 목표가 뭐냐, 자기소개 해봐라 같은 질문이죠. 어떻게 회사가 운영되는지, 어떻게 밥벌이를 하는지 먹고는 사는지 그런 것들도 물어보기도 하고 왜 이걸 하게 됐는지 같은 것들도 많이 물어봐요.

내가 몸 담을 만한가 살펴보는 거네요. 그 중에서 마음에 안 들어서 취소하시는 분들도 계시나요?

쿵짝 근데 대부분 이 과정을 거치면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내가 입사할 때 당했던 보통의 경험들이 있잖아요. 압박면접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이 여기서 풀면서 쾌감을 느껴하는 것 같아요. 

다지 면접 과정을 통해서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취소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백수들을 모은 이유

백수기간이 경력이 되고 거꾸로 면접까지. 사회와는 정반대의 경험들을 하게 되는 새로운 형태로 커뮤니티 운영을 하고 계신데, 이런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쿵짝 제가 여러 번의 퇴사를 하게 됐는데, 지금까지 여섯 군데를 거쳤고요. 여섯 군데 거치면 뒤로 갈수록 더 취업하기가 어려운 게, 왜 이렇게 자주 옮기냐라는 얘기가 꼭 나오거든요. 무업기간이 일 년을 넘어가면 그 전에 뭐했냐는 질문 많이 하더라고요. 점점 구직시장에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자발적인 퇴사들도 있었지만 원하지 않았는데 퇴사 당하는 경험들도 많이 있었거든요. 내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된 거죠. 그런 게 쌓이면서 점점 사회로 들어가는 게 굉장히 힘들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죠. 게다가 그럴수록 무업기간에는 혼자 있게 되고 단절되고, 무기력감도 되게 심해지고 내가 되게 쓸모없는 존재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거죠. 나만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무업기간을 갖는 것에 대해 항상 뭔가 증명해야 할 것 같고, 그런 것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군요.

쿵짝 맞아요. 고민 끝에 퇴사를 하지만 매번 똑같은 무업기간을 보내게 되는 거예요. 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다른 일로의 전환을 하고도 싶었지만, 혼자서는 잘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돈은 떨어지고 통장 간고가 비어가면 불안하니까 다시 이제 취업을 알아보는 과정에 내가 했던 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그거 외에 선택지가 없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알바를 하든가 하는 거죠.

쿵짝 맞아요. 그런 식의 악순환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다지처럼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동료가 있다는게 큰 전환점이 되어주더라고요.

두 분은 어떻게 처음 만나셨어요?

쿵짝 마지막 회사 동료예요.

같은 지점에서 갈증을 느끼고 계셨나 보네요.

다지 저도 10년 정도 회사생활을 했는데요. 사회생활 시작하면서부터 조직 안에서 느끼는 한계라든지, 생태계에서 한계들도 많이 느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마지막에는 많은 실망감을 가지고 퇴사를 했더니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되지?’ ‘어딜 가서 일해야 되지?’ 같은 고민이 많이 들었었어요. 기대감이나 이런 게 많이 좌절된 그런 상태였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런 부분을 해소해줄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건가요?

쿵짝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만들어야지’ 생각을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고요. 혼자 있는 백수들이 좀 모여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같이 활동들을 좀 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제 시작된 거였어요. 처음엔 “백수 모여라~ 같이 등산가자” 이렇게 해서 사람들을 모집했고, 10 명 내외로 모여서 한 달에 한 번씩 열 번 정도 활동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니트컴퍼니’라는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게 된 거죠.

가상회사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된 거예요?

쿵짝 니트생활자를 시작하고 나서 8개월 정도 지났을 때 쯤이었는데, 지원사업을 참여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한 분이 <극락컴퍼니>라는 책을 추천을 해주셨어요. 일본 소설이었는데, 퇴직한 중년 분들이 도서관에서 모여서 (가상의) 회사를 시작하는 그런 이야기였거든요. 그걸 보고 회사라는 구조가 백수한테 너무 필요한 요소들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니트컴퍼니라는 백수들을 회사놀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다

‘컴퍼니’라고 하니까 대안적인 소속을 만들어 주는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단체명과 커뮤니티명에도 '니트'라는 단어가 붙잖아요. 니트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이라고 해서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서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단어잖아요. ‘니트족’ 이라고 하면 몇 년 전부터 사회적으로는 좀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 같고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뉘앙스로 바라보기도 하고요. 두 분은 어떻게 니트를 바라보고 계시나요?

쿵짝 저희는 니트 혹은 백수라고 했을 때의 사회적 편견이나 고정된 모습보다는, 현재 소속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를 하고 있고요. 이 상태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에서의 어떤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니트 상태의 청년들이 요즘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조차도 지금의 사회의 시스템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를 쫓아오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사회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50년 전의 사회시스템 안에 청년들을 계속 가두려고 하잖아요. 직업훈련도 그런 거고요. 취업이라는 것도 다양한 일들이 있지만 다 취업시켜야 된다는 관점도 마찬가지죠. 이런 것들이 흐름을 따라오지 못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다지 기존에 니트는 의지가 없는 개인의 문제처럼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치기에는 지금 너무 많거든요.

현재 니트족이 몇 명 정도예요?

다지 저희가 조사를 하진 않고, 통계자료들이 좀 있는데요. 그 자료들도 니트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다 달라서 정확하게 대표되는 수치가 있는 건 아닌데, 많이 치면은 200만이라고 까지도 얘기를 하죠. 니트족이 늘어나는 건 지금의 청년 실업문제라든지 이런 것과 다 직결이 돼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의지가 없는 개인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안전망은 너무 없는 상태라고 저희는 바라보고 있는 거죠.

저도 이 자료들을 보면서, 왜 꼭 사람을 ‘취업된 상태’와 ‘구직 중인 상태’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싶었어요.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들도 꼭 구직하는 사람한테만 혜택이 가게 돼 있잖아요. 근데 사람이 꼭 그 진로를 그렇게 결정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삶의 전환을 꿈꿔보는 그런 시기일 수도 있는 거고요. 일을 하지만 이게 경제활동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뭔가를 창작을 한다든지 그런 상태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거에 대한 개념조차 되어있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어쩌면 지금 사회에서 ‘나는 뭐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하면서 혼란스러운 사람들,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니트컴퍼니를 찾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다지 말씀하셨던 유형의 분들이 요즘에 가장 많은 것 같긴 해요. 뭘 해야 될지, 다른 걸 좀 해보고 싶은데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어디서 시작해 볼 수 있을지, 누구랑 해볼 수 있을지 이런 걸 모르는 그런 상황인 경우들이 많지 않나 싶어요. 비율적으로.

대부분 학교에서는 입시, 대학교 가도 거기선 취업. 한 방향만을 향해서 관련된 커리큘럼이 다 짜여있고 그 외에 삶에 대해서는 가르쳐주는 곳이 없으니까요. 사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성공할 수 없고, 중간에 내려올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건데, 그랬을 경우에 갈 곳이 없다보니 그런 게 진짜 막막한 것 같아요. 저는 니트생활자 웹사이트에 이 문장이 너무 와닿더라고요.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다”라는 문장이요. ‘평생 직장이 없는 시대다’라는 얘기를 저희도 진짜 많이 하는데, 이제 일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평생 백수는 아니더라도 내가 이 일과 저 일로 넘어갈 때에 공백이 자주 생기는 그런 생태계이기도 하잖아요. 게다가 코로나 이후에는 원치 않는 무업 상태가 된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니트생활자의 오신 분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좀 계셨나요?

쿵짝 코로나의 직격탄을 받은 사람들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행사 같은 걸 진행했던 회사들에 있던 분들 있잖아요. 혹은 여행 관련된 업계에 있었거나, 유학을 준비했거나 유학 중이었거나 해외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많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보니 코로나 이후에는 그런 친구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자발적이지 않는 경우가 요즘에는 더 많아졌지만, 자발적인 경우라도 그렇게 무업 상태가 됐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힘듦은 뭐라고 얘기를 많이 해요?

다지 불안함인 것 같아요. 게다가 MZ세대는 계속해서 자기한테 주어지는 과제, 퀘스트를 깨는 형식으로 살아왔는데 그런 게 없어진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될지, 뭐부터 하는 게 좋은 건지,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우니까 불안해하는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관계에 대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회사를 가면 회사 동료들이 있고, 학교에서는 학교 친구들이 자동으로 생기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노력을 따로 하지 않아도요. 그런데 그 바깥에서는 누가 있지? 이렇게 되게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하는 친구들도 좀 있었나요?

쿵짝 같이 일했던, 아니면 학교를 같이 다녔던 사람들과의 관계만 있잖아요. 그거 외에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데 평소에도 그럴 기회가 없을 뿐더러 특히 무업기간에는 기회가 더 없죠. 그래서 여기 와서 나와 다른 쪽에 관심사가 있거나 다른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 다른 경험이 있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고 싶은 욕구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1인 가구의 시대잖아요. 혼자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하고 여기에 만약 무업상태라는 쓰리콤보가 되면 진짜 너무 고립감을 많이 느낄 것 같거든요.

쿵짝 본가가 지역이었는데 취업이라든지 앞으로를 계획하기 위해서 서울이나 수도권에 온 경우에는 더 심각한 것 같아요. 열악한 거주환경도 그렇고,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나 친구들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 회사를 가면 그래도 회사 동료들이 생길 텐데 그 상황이 아니면 고립감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경우 보통 '집에 내려가'라고 하는데, 사실 근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잖아요.

쿵짝 집에 갈 수 있으면 가겠지만, 갈 수 없는 상황의 친구들도 있거든요. 무조건 여기에서 버텨내야 되는데, 일도 없고 집세는 나가는 거죠.

저도 그런 경험을 해봐도 알아요. 그때는 뭔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느낌이잖아요.

쿵짝 맞아요. 그러다 보니까 편의점에서도 가장 저렴한 것만 사먹는 거죠. 컵라면이라도 가장 싼 걸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고, 불안하니까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데 아르바이트도 나이 제한이 또 많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젊은 어린 사람들을 선호하다 보니까 여러 부분에서 압박이 되게 커진 것 같아요.

그 많은 무업 상태의 사람들은 니트 컴퍼니에 오기 전까지는 주로 어디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 걸까요?

다지 주로 집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밖에 나가면 돈이 드니까요. 나가도 만날 사람이 업식도 하고. 특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커뮤니티 공간 같은 공공장소도 문을 안 열잖아요. 정말 고립되는 거죠.

쿵짝 그래서 어떤 친구들은 니트컴퍼니에 와서 ‘오랜만에 사람들하고 밥을 먹어본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정말 오랜만에 말을 해본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소속 없는 이들이 만드는 소속감

근데 니트컴퍼니에서 하는 일들이, 취업 준비를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어떻게 보면 비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아니 지금 빨리 취업 준비를 해야지 이럴 때냐’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쿵짝 그런 댓글이 아주 많아요.(웃음)

아 그래요? 근데 활동하는 사진을 보면 다들 엄청 즐거워보이더라고요. 얼굴에 불안감이 없고 즐겁고 행복하게 뭔가를 하고 있다보니, 니트컴퍼니에 와서 어떤 걸 가장 좋다고 이야기하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다지 그걸 ‘위장취준’ 한다고 이야기해요. 

쿵짝 공시 준비하거나 공무원 준비한다고 많이 이야기 하는데, 그게 사실은 다 위장취준인 거예요. 누가 물어봤을 때 ‘나 공무원 시험 준비해~’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보통은 부모님에게, 혹은 친척들에게 그렇게. 그런데 사실 나는 지금 뭘 해야 될지 잘 모르겠는 상태라는 거죠. 확신이 없는 거예요.

니트컴퍼니는 3개월 정도 단위로 활동을 하는 거잖아요. 니트컴퍼니를 거치지 않고 계속 그 쳇바퀴 안에서 있던 때와, 니트컴퍼니를 3개월 정도 거친 후에 뭐가 달라졌을지도 궁금하네요. 후기를 좀 들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다지 이게 3~4 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이다보니, 종료되는 시점이 있잖아요. 근데 컴퍼니 생활이 끝나더라도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개인적인 무업생활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고민이나 걱정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 안에서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부분들에 포커싱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컴퍼니 생활은 끝나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진 관계들을 가지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하거나, 서로 피드백을 해주는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시선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런 커뮤니티가 생기면 더 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계속 거기 안에서 안주하게 되는 거 아니냐는, 이런 말도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데 어때요?

쿵짝 그런 말도 많이 듣긴 하는데, ‘여기에만 있을래’ 라고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내 삶을 꾸려나가고 싶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마음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기에서 했던 경험들이나 넓어진 시야를 가지고 본인의 길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고요. 자소서를 서로 첨삭해준다든지 하면서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지지해주기도 하고요. 컴퍼니가 끝나도 서로는 아직도 무업기간에 있으니까 잘 지내는지에 대한 안부 확인도 서로 해주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만 있다는 것 만으로도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두 분도 커뮤니티의 운영자이자 일원으로서 그 전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네요.

쿵짝 물론 바쁠 때도 많지만 이 활동을 하면서 제가 뭔가를 주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받는 게 많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 전에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적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삶 자체가 굉장히 풍성해졌다는 느낌도 들어요.

다지 그냥 직장생활 할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니트생활자를 운영해온 2~3년 동안 수동적이 아닌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잘못될 거라는 두려움 없이 같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싶던 것들을 해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이 오고 긍정적인 변화도 볼 수 있다보니 느끼는 보람도 크고요. 물론 현실적인 한계는 여전히 느끼고 있지만요.

# 미래에 투자하는 니트컴퍼니

커뮤니티의 지속과 운영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두 분은 회사를 그만두고 본업으로서 시작한 일이잖아요. 돈 버는 일이 아닌 이런 ‘백수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나요?

다지 저희를 좀 불쌍하게 여기는 분들도 좀 있는 거 같고요.(웃음) 하다 말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한다는 것 자체에 사람들이 좀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인지 궁금해하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어요.

유료 멤버십도 아니고 무료로 계속 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런 걸 보완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그래도 두 분이 먹고는 살아야 계속할 수 있는 거잖아요.

다지 아직까지는 수익구조랄 게 없다보니 안정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계획하는 게 어렵긴 해요. 하지만 아무래도 저희 커뮤니티의 대상은 무업상태의 사람들이다보니 비용을 받는 것에 대한 저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다른 방식을 고민 중이에요. 

쿵짝 계속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고요. 저희가 사단법인이어서 후원을 기반으로 운영을 해보려고 차근차근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컴퍼니 참여했던 친구들이 취업하거나 일을 시작하게 되면 다시 후원자가 돼서 도와주는 경우가 많고요.

와, 감동이네요 진짜.

다지 그렇죠.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언젠가 누군가 한 명은 크게 성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30년 바라보고 투자하고 있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미래를 위한 투자네요 정말. 지금과 같은 고립의 시대에, 사회적 불황을 해결하려면 지역사회 곳곳에 니트컴퍼니 같은 작은 연결과 커뮤니티가 있어야 안전망의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니트컴퍼니가 지금 지역 곳곳에 거점 형식으로 운영도 하고 있던데, 이렇게 운영하려면 커뮤니티의 가치와 목적의식이 서로 잘 공유되어야할 것 같아요.

쿵짝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었는데, 저희가 2년 넘게 커뮤니티 운영을 해오다 보니 코로나 시기와 무업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년에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시고 먼저 협업 제안을 많이 주셨어요. 그래서 니트컴퍼니 부산점, 광주점, 화성점 등이 만들어졌는데요. 아무래도 저희는 서울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보니 지역까지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것에 어려운 점들이 생겼어요. 물리적 거리도 있지만, 지역마다의 특성이나 문화가 다르다보니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다른 방식을 고민 중이에요. 

다지 이를테면 니트컴퍼니에서 오래 활동했던 친구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각자의 컴퍼니를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1년 정도 연장해서 참여했던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가치나 목적의식이 훼손되지 않게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니트생활자가 지금은 니트컴퍼니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방향에서도 시도하고 계시는 게 있는지 궁금해요.

다지 저희가 취업 기회 같은 게 있을 때 ‘이런 거는 누구한테 알려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싶어서 얘기해주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자기 지금 뭐랑 뭐랑 뭐랑 이렇게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많아가지고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거절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웃음) 이게 또 시대가 그런 시대인가보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어딘가에서 월급 받고 안정적으로 고용된 생활을 하는 것 못지 않게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삶을 꾸리고 싶은 그런 욕구들도 정말 많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저 친구는 그런 걸 더 많이 해보고 싶은가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런 것들을 더 많이 해볼 수 있게끔 해줬으면 좋겠더라고요. 취업 시장은 아니지만, 저렇게 활력이 생기고 기획력이 있을 때 직접 자기가 더 주체성을 가지고 뭔가 해볼 수 있도록, 기참여자들이 자기 만의 일이나 시도 같은 걸 해보고 싶다 할 때 그것까지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 지원이나 일이나 업에 대한 그런 다양한 고민들을 풀어볼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쿵짝 회사에서는 사내동아리 같은 게 있잖아요. 니트컴퍼니에서도 사내클럽을 운영하거든요. 여러가지 자기 관심사나 해보고 싶은 사내클럽을 직접 만들고, 거기에 다른 멤버들이 참여하는 방식이에요. 진짜 재밌는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중에 아주 인상적이었던 게 쫄병재질모임이라는 게 있어요. 리더가 아닌 쫄병 재질의 사람들의 모임인 거죠. 쫄병이 재질인 사람들이 자기들의힘들었던 경험들을 나누고, 어떻게 하면 리더의 자리를 피할 수 있는지 노하우를 전수하는 그런 모임이었어요.(웃음) 그걸 보면서 든 생각이, 정말 다양한 그런 모양과 재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이게 사회에서 봤을 때는 스펙이나 커리어가 되지 않고 사회에서 요구하지 않은 분야일 수는 있는데, 하나 하나가 굉장히 소중한 자질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커뮤니티에서 여러 재질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모양에 맞는 일들을 좀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계발 관련해서 항상 나오는 키워드들이 있죠. 성장, 리더십, 소통 능력 같은 것들을 많이 얘기하고 마치 그런 것만이 사회를 살아갈 때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더 섬세한 자질들이 필요할 수도 있는 순간들도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기회가 니트컴퍼니에는 있다는 말이네요. 또 이런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면 후원도 하고요.

쿵짝&다지 맞아요. 정리를 아주 잘해주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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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 다지 & 쿵짝

다지 10여년 사회생활 후 들어선 무업기간을 전환의 기간으로 보내고 있다. '백수들의 가상회사놀이, 니트컴퍼니'를 운영하며 무업기간에 있는 청년들을 만나면서 MZ세대가 사는 세상을 배우는 중입니다.

쿵짝 6번의 이직과 퇴사를 반복하다 니트상태가 되었다. 니트의 경험을 경력삼아 '니트생활자'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현 시점의 니트를 사회가 요구사는 삶이 아닌 내가 주도하는 삶을 고민하고 찾는 사람들이라 정의하며, 니트가 미래의 인재이며 대안 사회를 맞이할 주체들이라 믿는다. 

interviewer 혜민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스토리파인더'라는 직종을 스스로 붙여주었다. 직장인으로 6년, 프리워커로 6년째 살고 있다. 서른이 되던 해 결혼식 대신 짝꿍과 산티아고 순례길 900km를 42일간 함께 걷고 돌아와 부부이자 동료가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900KM를 꾸리고 책과 영상을 넘나들며 새로운 선택지를 탐구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며 동명의 인터뷰집을 펴내는 에디터이자 작가.

𝘽𝙀𝙏𝙏𝙀𝙍 𝙉𝙊𝙍𝙈𝘼𝙇 시리즈는 뉴노멀보다 더 나은 일과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 매주 새로운 인터뷰로 찾아옵니다.



*본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900KM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저작권법 보호조치에 따라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