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UX라이터의 일과 삶에 관하여
❇Interviewer | 파인더 나무
❇Interviewee | 파인더 파이
안녕하세요, UX라이터를 꿈꾸는 에디터 '나무'입니다. 저는 영화와 광고에서 마케터로, 언론사에서 기자로 근무한 이후 갭이어를 가지며 다시 꿈을 찾고 있어요. 지난 경력들을 곱씹어 보니 영화 마케팅 계획안을 쓰고, SNS 광고 문구를 작성하고, 보도자료를 쓰는 등 '글을 중점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공통점이 보였는데요. 이 모든 일들이 다소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업으로 역량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UX라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카피라이터에서 UX라이터로 업을 전환하여 일하고 계신 파이의 자기소개를 읽고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인터뷰이 '파이'는 어떤 사람인가요?IT 스타트업의 10년 차 UX라이터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영문학을 전공한 후 여러 이커머스/광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카피라이터로 커리어를 쌓았고, 2021년에 한국에 오게 되면서 UX라이터로 직무를 변환했어요. 이처럼 카피라이터와 UX라이터를 오고 가며 글쓰기를 업으로 살아온 파이님이 제게 롤모델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셨던 점, 주얼리 브랜드 창업을 준비해 보셨다는 점에서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 파이 뉴스레터 'American PY' https://americanpy.substack.com/
■ 파이 인스타그램 '오묘' https://www.instagram.com/omyo.jwlry/
🔖 인터뷰 1분 요약
- 카피라이터와 UX라이터의 장단점
- UX라이터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유관부서와 어떻게 소통하고 협업하는지, 업무의 어떤 부분에서 재미와 고충을 느끼고 어떤 사람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는지 등 현직자의 생생한 후기
- "잦은 이직을 흠이 아니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프로이직러 파이가 전하는 꿀팁
- 프리워커를 꿈꾸는 파이의 NEXT STEP
📒 Part 1. UX라이터의 기쁨과 슬픔
Q. 영문학을 전공한 후 이커머스 회사/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해오시다가 UX라이터로 직무를 전환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원래 저는 미국 이메일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고 있었어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에는 풀재택으로 카피라이팅 업무를 해야 했죠. 워드 창을 켜놓고 온종일 혼자서 카피를 쓰는데 일을 하면서 외로움이 찾아오더라요. 그리고 ‘카피라이팅’이라는 일의 특성상 제가 완성한 카피를 비주얼 디렉터에게 넘기고 나면 다시 잘 들여보지 않게 되는 것도 단점처럼 느껴졌고요.
그때 마침 클라이언트의 광고 회사에 카피라이터로 이직을 하게 됐는데 차 보험 앱을 론칭하는 업무에 투입되면서 처음으로 UX라이팅을 접하게 됐어요. 카피라이팅하고 다르다고 느낀 게 페르소나를 먼저 설정하고 개발자, 디자이너들과 끊임없이 협업하면서 일을 하니까 제가 가지고 있던 일에 대한 갈증이 많이 해소되기 시작했어요.
Q. 광고 회사의 카피라이터의 경우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직업이지만, UX라이터는 아직까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와 UX라이터로 일할 때 느끼시는 업무적인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A.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는 혼자서 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많이 들었어요. 반면, UX라이터로 일할 때는 앱에 들어갈 짧은 한 줄을 쓰더라도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확인을 거쳐야 했어요. 글을 마냥 잘 쓴다고 업무를 잘 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썼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협업하는 사람들을 설득해나가야 해요. 저는 이 과정들에서 오히려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Q. UX라이터의 업무에 대해 조사해보니 UX라이팅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업무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모든 팀이 알아볼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업무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저의 경험을 빗대어 말씀드려보자면, 예전 회사에서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TF 팀에 투여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4개월 동안 매주 TF 팀원들과 만나서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 등을 세우면서 브랜드의 뼈대를 만들어나갔어요. 이후에는 ‘라이팅&마케팅 콘텐츠 스타일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고요. 가이드를 토대로 세션을 만들어 디자이너, PM분들을 한데 모아 가이드 활용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네요. UX라이팅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 꼭 필수는 아니지만, 확실히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UX라이터로 근무하시면서 느낀 희열의 순간 혹은 좌절의 순간이 있으실까요?
A. UX라이터로 근무하면서 좋았던 순간은 성취감이 크다는 점이에요. 제가 쓴 글을 완성된 앱에서 실제로 봤을 때 정말 뿌듯함이 커지더라고요. 그리고 UX라이팅을 하면서 퍼즐을 조립해나가는 기분이 들어요. 제가 쓰는 글에 항상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기도 하고, 짧은 공간 안에 글을 딱 맞춰 넣었을 때의 쾌감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반면, 힘들었던 순간은 (앱 내) 버튼 안에 글을 썼는데 원하는 대로 결과물이 안 나왔을 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개발 단계나 디자인 단계에서 (텍스트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할 때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럴 때마다 (협업 대상자들을) 계속해서 설득을 해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UX라이터라는 직업 자체가 아직까지 (한국 내에서) 대중적이지 않다 보니 회사 안에서의 입지를 어떻게 다져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어떻게 나의 역할 내지 업무를 회사 내 다른 팀원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다른 팀원들의 캘린더를 살피면서 다른 팀 회의에 관심이 있다며 들어가도 될지 먼저 물어본 적도 있어요.
Q. 파이님께서 만약 UX라이터 주니어 팀원을 뽑으신다면 어떤 역량을 중점적으로 보실지 궁금하네요.
A. 먼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볼 것 같아요. 그 글이 소설이든, 기사든 장르는 중요치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글의 폭이 다양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글을 쓰는 일이니까, 글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나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지’ 볼 것 같아요. 결국 UX라이팅은 유저를 위한 글을 써야 하는데 유저에 대한 호기심 없이는 좋은 글을 쓰기가 힘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피드백에 오픈된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UX라이팅의 특성상 자기가 쓴 글에 대해 끊임없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들어야 하는데, 거기서 상처를 받기 보다는 나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글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실무적인 것들, 툴 같은 것은 언제든지 배울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UX라이터의 근간이 되는 기초역량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미국에서는 UX라이터라는 개념이 생긴지도 꽤 됐고, 전문가들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UX라이터를 ‘콘텐츠 디자이너’라고 부르기도 해요. 결국 UX라이팅도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일로 보는 것이죠. 지금 시기에 한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면 UX라이팅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확률도 높아질 것 같아요.
📒 Part 2. '오묘'한 삶, 그 안에서 나만의 길을 찾다
Q. 저는 1년 단위로 직장을 두 번 옮기고 직업도 조금씩 바꾼 탓에 (영화배급사 마케터 → 광고대행사 AE → 언론사 에디터) 사회에 나온 지는 3년이 되었지만, 한 가지 분야에서 3년 차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원하는 방향대로 10년 동안 커리어를 쌓아오신 파이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으실까요?
A. 사실 저도 단기간으로 일을 많이 했어요. 1년 7개월이 제일 오래 다닌 기간이었고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회사를 많이 옮겨 다녔어요. 저는 오히려 제가 가진 경력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더 좋다고 느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글쓰기를 경험하다 보니 어느 업계로 가든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했던 것 같아요. 가령 암호화폐와 관련된 회사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 최대한 관련된 리서치를 많이 하고 업계에 대해 알려고 계속 공부했죠. 생각 외로 전혀 모르는 분야에 가더라도 이미 겪은 경험들이 토대가 되어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무님의 경험도 결국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들이었으니 결코 연결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오히려 짧고 다양한 경험을 장점으로 어필해 보면 어떨까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Q. 사이드 잡으로 준비 중이신 ‘Omyo Jewelry’의 주얼리들이 너무 멋져요. 주얼리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A. ‘남의집’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울증 자조 모임에 참여했었어요. 당시 호스트분이 주얼리 공방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마침 창업 클래스를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된거죠. 작년에 제가 일을 잠시 쉬면서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이번에는 UX라이팅 말고 다른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든 거예요. 손재주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주얼리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창업 클래스를 듣다 보니 주얼리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도 생겼었죠. 이미 다양한 주얼리 상품이 시장에 많다 보니 제가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저처럼 한국 사람이지만 오랜 시간 외국에서 자란, 두 개의 아이덴티티를 지닌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생각보다 비슷한 경험이나 백그라운드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외로움을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 브랜드, 혹은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브랜드 이름이 ‘오묘 주얼리’인 이유도 제 아이덴티티가 두 가지로 ‘오묘’한 느낌이 들어서에요.
■ 파이 인스타그램 '오묘' https://www.instagram.com/omyo.jwlry/
Q. 파이님께서 공유해 주셨던 뉴스레터에서 스스로 성공을 정의한 내용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하는 것’, ‘다른 사람의 비전이 아닌 나 자신의 비전을 위해 일하는 것’ 등은 제가 꿈꾸는 부분과도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혹시 올해 안에 꼭 이루고 싶은 성공이 있으실까요?
A. 올해는 꼭 프리워커로 일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파인더스 클럽의 그로우업 프로그램 ‘셀프 인터뷰로 프리 워커 방향성 찾기’를 신청해둔 상태에요. 완전히 회사를 나오지는 않더라도 카피라이팅이나 UX라이팅에 관련된 일을 프리로 해보고 싶어요.
이루고 싶은 성공 두 번째는 바로 소설을 쓰는 것이에요. 사실 저의 어릴 적 꿈은 작가였어요. 책과 글쓰기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영문학과에 들어갔고, 이후 직업들도 카피라이터와 UX라이터 등 글 쓰는 일로 이어진 것 같아요. 3년 전부터 미국에 있는 친구와 매주 페이스 타임을 하며 소설 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고 받고 있어요. 올해 안에는 더는 미루지 않고 꼭 소설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어요.
■ 파이 뉴스레터 'American PY' https://americanpy.substack.com/
📒 Part 3. 인터뷰를 통해 찾은 힌트 & 나의 NEXT
1. 저의 지난 경력들을 다시 바라보는 힘이 생겼어요. 잦은 이직이 흠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고 깨달은 거죠. 앞으로 쌓아나갈 경험들도 잘 기록해두고, 계속해서 일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UX라이터가 되어가는 과정을 블로그나 브런치에 꾸준히 연재해 보는 것이에요.
2. 예전의 저는 직업을 바꾸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점차 사회적 나이를 먹기 시작하니 비교란 것을 떼어놓을 수 없더라고요. 회사에서 승진하는 친구들, 결혼하는 친구들… 갭이어를 가지는 내내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도 되나?’라며 자책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제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깨달았어요. 갭이어 덕에 UX라이터란 직업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고, 파인더스 클럽에 참여하고 파이님을 만나 인터뷰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3. 끝으로 저는 이 ‘인터뷰’라는 과정 자체를 진심으로 즐기는구나 깨달았어요. 파이님을 만나기 전 인터뷰 질문을 준비하면서부터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어요. 잊고 지낸 인터뷰의 즐거움이 떠오른 것이죠. 인터뷰 과정에서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제가 지니고 있던 가치관이 다시 한번 크게 확장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인터뷰를 다시 글로 정리하며 깨달았던 인사이트들도 놓치지 않게 되었고요. 앞으로 남은 활동 기간에도 인터뷰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Interviewer & Editor | 파인더 나무
"성장에 진심인 콘텐츠 에디터"
대학에서 광고PR을 전공한 이후 3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왔습니다. 영화배급사 마케터로 독립영화를 홍보하고 PR 관리를 했고, 광고대행사 AE로 근무하며 패션 브랜드의 광고를 기획하고 SNS 채널을 운영했어요. 뉴미디어에서 에디터로 근무하며 데일리/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고 숏폼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하고재비*'(무슨 일이든 안 하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경상도 말)입니다. 글쓰기, 사진 및 영상 촬영, 디자인, 편집 등 제가 가진 재능들로 오랫동안 즐겁게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SNS 나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jane_o0o
■나무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neo0o
■나무 브런치 https://brunch.co.kr/@f48efded97344cb
✳[파인더스 인터뷰집]이란?
나다운 일과 삶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파인더스클럽'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인터뷰위크'에서 오고 간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나의 탐구 주제를 이미 경험해봤거나, 힌트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파인더를 찾아 1:1 인터뷰를 진행한 후 정리해둔 소중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파인더 인터뷰집에 등장하는 파인더들처럼, 다양한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어 나다운 일과 삶을 찾아나가보고 싶다면🍀파인더스클럽 시즌2 사전 알림을 신청해주세요!
👉시즌2 사전알림 신청하기: https://forms.gle/5b6giaB9UZ74ARgV8
👉파인더스클럽 자세히 보기: https://yozmsa.com/community
10년 차 UX라이터의 일과 삶에 관하여
❇Interviewer | 파인더 나무
❇Interviewee | 파인더 파이
안녕하세요, UX라이터를 꿈꾸는 에디터 '나무'입니다. 저는 영화와 광고에서 마케터로, 언론사에서 기자로 근무한 이후 갭이어를 가지며 다시 꿈을 찾고 있어요. 지난 경력들을 곱씹어 보니 영화 마케팅 계획안을 쓰고, SNS 광고 문구를 작성하고, 보도자료를 쓰는 등 '글을 중점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공통점이 보였는데요. 이 모든 일들이 다소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업으로 역량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UX라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카피라이터에서 UX라이터로 업을 전환하여 일하고 계신 파이의 자기소개를 읽고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인터뷰이 '파이'는 어떤 사람인가요?IT 스타트업의 10년 차 UX라이터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영문학을 전공한 후 여러 이커머스/광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카피라이터로 커리어를 쌓았고, 2021년에 한국에 오게 되면서 UX라이터로 직무를 변환했어요. 이처럼 카피라이터와 UX라이터를 오고 가며 글쓰기를 업으로 살아온 파이님이 제게 롤모델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셨던 점, 주얼리 브랜드 창업을 준비해 보셨다는 점에서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 파이 뉴스레터 'American PY' https://americanpy.substack.com/
■ 파이 인스타그램 '오묘' https://www.instagram.com/omyo.jwlry/
🔖 인터뷰 1분 요약
📒 Part 1. UX라이터의 기쁨과 슬픔
Q. 영문학을 전공한 후 이커머스 회사/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해오시다가 UX라이터로 직무를 전환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원래 저는 미국 이메일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고 있었어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에는 풀재택으로 카피라이팅 업무를 해야 했죠. 워드 창을 켜놓고 온종일 혼자서 카피를 쓰는데 일을 하면서 외로움이 찾아오더라요. 그리고 ‘카피라이팅’이라는 일의 특성상 제가 완성한 카피를 비주얼 디렉터에게 넘기고 나면 다시 잘 들여보지 않게 되는 것도 단점처럼 느껴졌고요.
그때 마침 클라이언트의 광고 회사에 카피라이터로 이직을 하게 됐는데 차 보험 앱을 론칭하는 업무에 투입되면서 처음으로 UX라이팅을 접하게 됐어요. 카피라이팅하고 다르다고 느낀 게 페르소나를 먼저 설정하고 개발자, 디자이너들과 끊임없이 협업하면서 일을 하니까 제가 가지고 있던 일에 대한 갈증이 많이 해소되기 시작했어요.
Q. 광고 회사의 카피라이터의 경우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직업이지만, UX라이터는 아직까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와 UX라이터로 일할 때 느끼시는 업무적인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A.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는 혼자서 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많이 들었어요. 반면, UX라이터로 일할 때는 앱에 들어갈 짧은 한 줄을 쓰더라도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확인을 거쳐야 했어요. 글을 마냥 잘 쓴다고 업무를 잘 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썼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협업하는 사람들을 설득해나가야 해요. 저는 이 과정들에서 오히려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Q. UX라이터의 업무에 대해 조사해보니 UX라이팅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업무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모든 팀이 알아볼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업무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저의 경험을 빗대어 말씀드려보자면, 예전 회사에서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TF 팀에 투여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4개월 동안 매주 TF 팀원들과 만나서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 등을 세우면서 브랜드의 뼈대를 만들어나갔어요. 이후에는 ‘라이팅&마케팅 콘텐츠 스타일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고요. 가이드를 토대로 세션을 만들어 디자이너, PM분들을 한데 모아 가이드 활용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네요. UX라이팅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 꼭 필수는 아니지만, 확실히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UX라이터로 근무하시면서 느낀 희열의 순간 혹은 좌절의 순간이 있으실까요?
A. UX라이터로 근무하면서 좋았던 순간은 성취감이 크다는 점이에요. 제가 쓴 글을 완성된 앱에서 실제로 봤을 때 정말 뿌듯함이 커지더라고요. 그리고 UX라이팅을 하면서 퍼즐을 조립해나가는 기분이 들어요. 제가 쓰는 글에 항상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기도 하고, 짧은 공간 안에 글을 딱 맞춰 넣었을 때의 쾌감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반면, 힘들었던 순간은 (앱 내) 버튼 안에 글을 썼는데 원하는 대로 결과물이 안 나왔을 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개발 단계나 디자인 단계에서 (텍스트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할 때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럴 때마다 (협업 대상자들을) 계속해서 설득을 해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UX라이터라는 직업 자체가 아직까지 (한국 내에서) 대중적이지 않다 보니 회사 안에서의 입지를 어떻게 다져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어떻게 나의 역할 내지 업무를 회사 내 다른 팀원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다른 팀원들의 캘린더를 살피면서 다른 팀 회의에 관심이 있다며 들어가도 될지 먼저 물어본 적도 있어요.
Q. 파이님께서 만약 UX라이터 주니어 팀원을 뽑으신다면 어떤 역량을 중점적으로 보실지 궁금하네요.
A. 먼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볼 것 같아요. 그 글이 소설이든, 기사든 장르는 중요치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글의 폭이 다양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글을 쓰는 일이니까, 글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나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지’ 볼 것 같아요. 결국 UX라이팅은 유저를 위한 글을 써야 하는데 유저에 대한 호기심 없이는 좋은 글을 쓰기가 힘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피드백에 오픈된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UX라이팅의 특성상 자기가 쓴 글에 대해 끊임없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들어야 하는데, 거기서 상처를 받기 보다는 나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글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실무적인 것들, 툴 같은 것은 언제든지 배울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UX라이터의 근간이 되는 기초역량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미국에서는 UX라이터라는 개념이 생긴지도 꽤 됐고, 전문가들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UX라이터를 ‘콘텐츠 디자이너’라고 부르기도 해요. 결국 UX라이팅도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일로 보는 것이죠. 지금 시기에 한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면 UX라이팅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확률도 높아질 것 같아요.
📒 Part 2. '오묘'한 삶, 그 안에서 나만의 길을 찾다
Q. 저는 1년 단위로 직장을 두 번 옮기고 직업도 조금씩 바꾼 탓에 (영화배급사 마케터 → 광고대행사 AE → 언론사 에디터) 사회에 나온 지는 3년이 되었지만, 한 가지 분야에서 3년 차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원하는 방향대로 10년 동안 커리어를 쌓아오신 파이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으실까요?
A. 사실 저도 단기간으로 일을 많이 했어요. 1년 7개월이 제일 오래 다닌 기간이었고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회사를 많이 옮겨 다녔어요. 저는 오히려 제가 가진 경력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더 좋다고 느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글쓰기를 경험하다 보니 어느 업계로 가든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했던 것 같아요. 가령 암호화폐와 관련된 회사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 최대한 관련된 리서치를 많이 하고 업계에 대해 알려고 계속 공부했죠. 생각 외로 전혀 모르는 분야에 가더라도 이미 겪은 경험들이 토대가 되어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무님의 경험도 결국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들이었으니 결코 연결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오히려 짧고 다양한 경험을 장점으로 어필해 보면 어떨까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Q. 사이드 잡으로 준비 중이신 ‘Omyo Jewelry’의 주얼리들이 너무 멋져요. 주얼리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A. ‘남의집’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울증 자조 모임에 참여했었어요. 당시 호스트분이 주얼리 공방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마침 창업 클래스를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된거죠. 작년에 제가 일을 잠시 쉬면서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이번에는 UX라이팅 말고 다른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든 거예요. 손재주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주얼리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창업 클래스를 듣다 보니 주얼리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도 생겼었죠. 이미 다양한 주얼리 상품이 시장에 많다 보니 제가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저처럼 한국 사람이지만 오랜 시간 외국에서 자란, 두 개의 아이덴티티를 지닌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생각보다 비슷한 경험이나 백그라운드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외로움을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 브랜드, 혹은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브랜드 이름이 ‘오묘 주얼리’인 이유도 제 아이덴티티가 두 가지로 ‘오묘’한 느낌이 들어서에요.
■ 파이 인스타그램 '오묘' https://www.instagram.com/omyo.jwlry/
Q. 파이님께서 공유해 주셨던 뉴스레터에서 스스로 성공을 정의한 내용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하는 것’, ‘다른 사람의 비전이 아닌 나 자신의 비전을 위해 일하는 것’ 등은 제가 꿈꾸는 부분과도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혹시 올해 안에 꼭 이루고 싶은 성공이 있으실까요?
A. 올해는 꼭 프리워커로 일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파인더스 클럽의 그로우업 프로그램 ‘셀프 인터뷰로 프리 워커 방향성 찾기’를 신청해둔 상태에요. 완전히 회사를 나오지는 않더라도 카피라이팅이나 UX라이팅에 관련된 일을 프리로 해보고 싶어요.
이루고 싶은 성공 두 번째는 바로 소설을 쓰는 것이에요. 사실 저의 어릴 적 꿈은 작가였어요. 책과 글쓰기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영문학과에 들어갔고, 이후 직업들도 카피라이터와 UX라이터 등 글 쓰는 일로 이어진 것 같아요. 3년 전부터 미국에 있는 친구와 매주 페이스 타임을 하며 소설 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고 받고 있어요. 올해 안에는 더는 미루지 않고 꼭 소설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어요.
■ 파이 뉴스레터 'American PY' https://americanpy.substack.com/
📒 Part 3. 인터뷰를 통해 찾은 힌트 & 나의 NEXT
1. 저의 지난 경력들을 다시 바라보는 힘이 생겼어요. 잦은 이직이 흠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고 깨달은 거죠. 앞으로 쌓아나갈 경험들도 잘 기록해두고, 계속해서 일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UX라이터가 되어가는 과정을 블로그나 브런치에 꾸준히 연재해 보는 것이에요.
2. 예전의 저는 직업을 바꾸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점차 사회적 나이를 먹기 시작하니 비교란 것을 떼어놓을 수 없더라고요. 회사에서 승진하는 친구들, 결혼하는 친구들… 갭이어를 가지는 내내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도 되나?’라며 자책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제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깨달았어요. 갭이어 덕에 UX라이터란 직업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고, 파인더스 클럽에 참여하고 파이님을 만나 인터뷰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3. 끝으로 저는 이 ‘인터뷰’라는 과정 자체를 진심으로 즐기는구나 깨달았어요. 파이님을 만나기 전 인터뷰 질문을 준비하면서부터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어요. 잊고 지낸 인터뷰의 즐거움이 떠오른 것이죠. 인터뷰 과정에서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제가 지니고 있던 가치관이 다시 한번 크게 확장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인터뷰를 다시 글로 정리하며 깨달았던 인사이트들도 놓치지 않게 되었고요. 앞으로 남은 활동 기간에도 인터뷰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Interviewer & Editor | 파인더 나무
"성장에 진심인 콘텐츠 에디터"
대학에서 광고PR을 전공한 이후 3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왔습니다. 영화배급사 마케터로 독립영화를 홍보하고 PR 관리를 했고, 광고대행사 AE로 근무하며 패션 브랜드의 광고를 기획하고 SNS 채널을 운영했어요. 뉴미디어에서 에디터로 근무하며 데일리/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고 숏폼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하고재비*'(무슨 일이든 안 하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경상도 말)입니다. 글쓰기, 사진 및 영상 촬영, 디자인, 편집 등 제가 가진 재능들로 오랫동안 즐겁게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SNS 나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jane_o0o
■나무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neo0o
■나무 브런치 https://brunch.co.kr/@f48efded97344cb
✳[파인더스 인터뷰집]이란?
나다운 일과 삶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파인더스클럽'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인터뷰위크'에서 오고 간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나의 탐구 주제를 이미 경험해봤거나, 힌트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파인더를 찾아 1:1 인터뷰를 진행한 후 정리해둔 소중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파인더 인터뷰집에 등장하는 파인더들처럼, 다양한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어 나다운 일과 삶을 찾아나가보고 싶다면🍀파인더스클럽 시즌2 사전 알림을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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