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러노멀 두 번째 키워드는 ‘작지만 새로운 연결' small gathering 입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으로 유례없는 단절과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시대에, 이 다른 차원의 외로움을 건강하게 돌파하는 방법 중 하나로, 마이크로한 모임과 새로운 방식의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보고 싶어요.

여러분은 언제 외로움을 느끼시나요?

저는 mbti 앞자리가 의외로 i라서 그런지 혼자만의 시간이 꼭 확보되어야하는 사람이에요. 코로나 이후에 처음에는 사실 저는 좋은 면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집에 있으니 뭔가 안정된 느낌까지 들었죠. 외부 미팅도 줌으로 하게 되고 편리한 면도 있었어요.

근데 그런 것과는 별개로 언젠가부터 좀 갇혀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떤 날은 거의 일주일간 아무하고도 대화를 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요. 물론 아무도 만나지 않은 건 아니죠. 메일로, 채팅으로는 끊임없이 대화를 했어요. 근데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보면, 어떻게 말을 했는지 점점 언어를 잊어버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분명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뭔지 모를 갈증이 생겼어요.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혼자 있는데 혼자 있기 싫은 이 아이러니한 마음. 

그런데 이 고립감이 개인의 문제일까요? 코로나 이후에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개인별 격리의 상황이 무한정 길어지면서 우리 모두가 유례 없는 단절과, 강력한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거예요.

물론 이렇게 오프라인 대면 근무나 교육,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이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원격근무, 비대면 수업, 화상 회의 같은 게 그 전보다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이젠 너무 당연한 뉴노멀이 되었어요.

한동안은 이게 굉장히 성공적인 대응 방안 같았어요. 그런데 이 궁여지책이 사실 우리의 고립감을 더 강화시키고 있었던 거죠. 물론 우리가 고립사회로 가고 있다는 건 하루이틀 일은 아니죠. 꽤 오래 전부터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점점 개인화된 사회로 가면서 이런 고립감들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어요. 근데 코로나 이후로 그 속도가 크게 앞당겨진 거죠. 이런 걸 ‘사회적 불황'이라고 한다고 해요. 사람들 사이의 교류 부족으로 행복감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죠.

이런 현상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자료를 좀 찾아보다가, 최근 트위터에서 많이 리트윗되었던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라는 책을 알게 되었어요. 노리나 허츠는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이자 글로벌 베스트셀러 저자인데요. 그녀는 ‘우리는 외로움의 세기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우리는 질병 감염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립을 택했지만, 사실 이 외로움이라는 게 감염만큼 위험하다는 거예요.

이게 그냥 추상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이 외로움이 내 몸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동일하게 해롭다'게 과학적으로 밝혀졌대요. 원래 사람은 남과 연결되고 싶은 종의 본능이있는데, 그걸 자발적이 아니라 이렇게 타의에 의해 할 수 없게 되니까 ‘외로운 몸'이 각성 상태가 되어서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와 맥박, 혈압을 상승시키는 거죠. 심지어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비만한 사람보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에 걸릴 확률도 20%나 높대요. 치매에 걸릴 확률은 60% 이상이고요. 놀랍지 않나요?

이 책에 보면 'UCLA 외로움 척도 테스트'라는 게 있어요. 그래서 저도 한번 해봤습니다. 총 20개의 질문이 나오는데요. "얼마나 자주 내 주변 사람과 마음이 잘 맞는다고 느낍니까?" "얼마나 자주 혼자라고 느낍니까?" "얼마나 자주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느낍니까?" 같은 질문들이고요. 43점 이상이면 외로운 것으로 간주된다고 하는데 저는 무려 51점이 나왔어요. 충격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인 노리나 허츠는 저명한 베스트셀러임에도 57점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단순히 개인의 마음 건강,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일까요? 허츠는 코로나 이후에 외로움의 형태가 달라졌다고 이야기해요. 친구가 없다고 느껴질 때의 쓸쓸함,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나 물리적으로 연결되고 싶은 열망을 넘어서, 우리가 우리의 일과 일터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 스스로 힘이 없고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까지도 외로움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거죠. 정치인들이 자기들끼리만 싸우고 정작 우리 진짜 삶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린 외로움을 느끼는 거예요.

그리고 이 문제를 우리가 더 주목해야겠다고 느낀 건, 이런 외로움을 특히 많이 느끼는 층이 청년층, 실업자, 그리고 여성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과 SNS로 늘 24시간 세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잖아요. 초연결시대라고 하죠. 오히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인데, 우리는 왜 더 외로워진 걸까요?

허츠는 이런 단편적인 소통 방식이 우리 자신을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시민이 아닌 소비자로, 돕는 사람이 아닌 투쟁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한다고 말해요. "이 사회가 나를 챙겨주지 않는데,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어?"하는 생각 때문에 각자도생의 길로 간다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끝없는 외로움의 악순환이 되는 거죠. 

내가 돌봄을 받으려면 나도 누군가를 돌보기도 해야하고, 받기도 하면 주기도 해야한다는 이 기본적인 공동체 의식, 의사소통 능력이 약해진 거죠. 코로나 이후에 공동체 시설들을 다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게 되었잖아요. 도서관이라거나 공원, 커뮤니티 센터 같은 곳도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그런 장소가 그냥 편의시설이었던게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공간이었는데, 이제 우리 사회에서 그런 공간, 그런 기회들이 사라진 거죠.

이 책에는 이제는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를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나 코첼라 페스티벌 같은 축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년마다 모여들었을까요? 사실 페스티벌이라는 게 막상 가보면 바닥은 질척이는 진흙밭이고, 쓰레기는 나뒹굴고 뒷정리 해야하는 일들이 더 많거든요. 마냥 뮤지션 보러 오거나 즐기러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그럼에도 왜 그렇게 모였을까 봤더니, 사실 거기서 사람들이 가장 감동을 느끼는 부분은 음악이나 화려한 연출 이런 게 아니라 정말로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거예요. 거기 참가했던 한 사람은 이렇게 얘길 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찾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의 일부로 느껴지는 곳, 

우리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요? 

그 기간이 단 일주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말입니다.”

이 소속감이란 게 대체 뭘까요? 이제 우리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학교에 소속되어 있어도 그게 소속감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아요. 허츠는 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줄 방안으로 정치적 차원, 경제적 차원, 개인적 차원에서 다양하게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고 느꼈던 몇가지 처방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함께 식사하기’입니다. 동료들끼리 점심을 같이 먹는 게 소속감을 느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거죠. 사실 너무 뻔한 말인 것 같지만, 이런 실험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소방관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현장에 나가면 사고 현장에서 서로의 안전에 더 많이 신경을 쓴다는 거예요.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함께 식사하는 일 자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런데 우리는 지금 재택근무를 하면서 거의 점심을 혼자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런 부분에서 어떤 결핍이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두 번째가, 우리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반대로 함께 뭔가를 하고, 칭찬과 인정을 하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죠. 받기도 하지만 주기도 하고, 거래가 아닌 책임을 나눠지는 것. 반복되는 미세 상호작용, 연대와 상호 지지를 반복해서 경험할 기회가 주어져야 거기서 소속감과 신뢰를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여기서 우리가 뉴노멀에서 베러노멀로 나아갈 힌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는 더 분열되고, 서로 만날 일은 더 적어지고, 큰 행사는 더이상 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 수록 저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이크로한 작은 모임들이야말로 베러노멀한 방향성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사는 이번 달에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셜 모임과 커뮤니티, 스몰 게더링으로 연대와 상호 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콘텐츠에서 공개됩니다. 다음 주부터 스몰게더링을 주제로 매주 공개될 세 편의 인터뷰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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